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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ul Korea

볼리비아에도 '가나다라' 한글 수출

작년 7월부터 아이마라족 대상 시범 교육
모랄레스 대통령도 문자 보급에 긍정적
  •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에 이어 지구 반대편 남미 볼리비아에서도 한글 표기 시범사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시범사업 단계이지만 해당 부족 인구가 무려 200만명에 달해 한글 표기가 정식사업으로 정착되면 파급력이 상당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한글 보급이 성공하려면 국가적 차원의 체계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5일 주 볼리비아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수도 라파스에서 원주민인 아이마라족 공동체를 대상으로 한글 표기 시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아이마라족은 부족 인구가 볼리비아 원주민 가운데 두번째로 많은 200여만명에 이른다.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과 다비드 초케완카 외교부장관도 이 부족 출신으로, 정치적 영향력이 크다. 아이마라족은 ‘말’은 있지만 표기할 ‘문자’가 없어 부족 차원에서 스페인어를 차용해 사용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 1시간씩 이뤄지는 한글 수업에는 현재 40여명의 어린이·성인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모랄레스 대통령 등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홍락 주 볼리비아 대사는 2009년 찌아찌아족에 대한 한글 전파 사례에서 착안해 지난해 6월부터 모랄레스 대통령 등에게 사업의 필요성을 건의했다. 때마침 ‘탈식민주의’를 주창해온 모랄레스 정부가 식민지배의 잔재인 스페인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던 터라 시범사업이 시작됐다. 올해 1월에는 아이마라어 한글 교본이 완성됐다.

    2월에는 초케완카 외교부장관이 “한글 표기사업 성과를 긍정 평가하며, 이 사업 확대를 통해 양국 간 문화·교육 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싶다”는 공식 서한을 보내고 자신의 고향에도 한글 교육을 요청했다.

    우리 학계도 아이마라어 연구에 착수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서울대 라틴아메리카 연구소는 “지난달 말 현지에서 아이마라 단어 800개와 문장 50개를 녹취해 한글과의 언어학적 유사성을 따지는 음운 분석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연구소는 분석 결과에 따라 볼리비아 국립대학 등과 교류 협정을 맺어 한글 교육을 체계화할 방침이다. 이 연구소 김창민교수(서어서문학)는 “쉽지는 않겠지만 볼리비아에 한글 전파가 성공하면 국가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되고 국격도 높아질 것”이라며 “특히 자신들의 문화유산을 기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앞으로 한글로 그것을 기록한다면 엄청난 자산이 될 것이라 생각해 여러 가지 방법을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 대사는 “남미의 주요 종족인 아이마라족에게 한글이 보급되면 당사자는 물론 우리나라도 한글을 포함해 우리 문화의 세계화를 이룰 수 있다”며 “시범 사업으로 끝나지 않도록 민간·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과 교육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나기천·조병욱 기자
     


볼리비아에도 '가나다라' 한글 수출

조선일보 양모듬 기자

 
남미 볼리비아의 원주민 아이마라(Aymara) 부족에게 본격적으로 한글을 보급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추진된다. 아이마라족은 210여만명에 달해 2009년 한글을 공식 표기 문자로 정한 첫 사례인 인도네시아 원주민 찌아찌아족(6만명)보다 34배나 많다. 

서울대 라틴아메리카연구소는 최근 볼리비아의 투팍 카타리 아이마라 인디언대학(Universidad Indigena Bolivianno-Aymara Tupak Katari)과 한글 보급 사업에 관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2일 밝혔다. 

↑ [조선일보]아이마라족이 사용하는 한글 교본

↑ [조선일보]

서울대 관계자는 "지난 2월부터 아이마라족에 한글을 보급하기 위한 사전 작업을 진행했고, 최종적인 목표는 아이마라족이 찌아찌아족처럼 한글을 공식 표기 문자로 채택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볼리비아 인구의 55%(508만여명)를 차지하는 36개 원주민 인디언 부족들은 고유 문자가 없어 스페인어로 발음을 표기하지만 정확한 발음을 표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서울대 라틴아메리카연구소는 밝혔다. 

이번 한글 표기 사업 대상이 되는 아이마라족은 페루 남부와 티티카카호수 주변 등에 거주하며, 께추어 부족(250여만명)에 이어 둘째로 큰 부족이다. 현 대통령인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과 다비드 초케완카 외교부 장관도 이 부족 출신이다. 

아이마라족에게 한글을 가장 먼저 알렸던 사람은 김홍락 전 볼리비아대사였다. 김 전 대사는 작년 6월부터 볼리비아 라파스주 아차치칼라 공동체 원주민 100여명에게 매주 두 시간씩 한글을 가르쳤다. 김 전 대사는 "학생들이 수업 두 시간 만에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쓰게 되면서 '한글은 쉽고 발음을 정확하게 표기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직접 한글 교재를 만들어 썼지만 사업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서울대에 도움을 청했다"고 말했다. 

서울대 라틴아메리카연구소는 지난 2월부터 1차 아이마라어 음소(音素)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마라어는 자음이 ㄱ, ㅋ, ㄲ처럼 예사소리, 거센소리, 된소리로 나뉘는 등 한글 표기에 적합하다고 연구소 측은 밝혔다. 

김창민 라틴아메리카 연구소장은 "아이마라어는 한글과 달리 모음의 수가 적다"며 "ㅏ, ㅜ, ㅣ가 주로 사용되고 ㅗ, ㅔ 정도만 쓰여 모음 숫자를 줄이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현지 사정에 맞추기 위해 '아래 아'나 '된이응' 등을 부활시키거나 모음과 자음을 합쳐서 쓰지 않고 영어 알파벳처럼 나란히 이어서 쓰는 방법 등도 검토 중이다. 

연구소 측은 이르면 내년부터 현지 언어 전문가를 초청, 한글을 배우도록 하는 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현지에 한국문화원을 설치하는 계획도 추진키로 했다. 김 소장은 "볼리비아 정부가 원주민들에게 한글을 보급하는 사업에 호의적"이라며 "앞으로 문자가 없는 여러 남미 원주민에게도 한글을 보급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